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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일부 ; 머릿말 - 노평구 ☼☼ "나는 해방 후 하도 답답해서 한 두번 선생이 경인지방에서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면 당신은 문제 없겠기에 실례지만 이를 권한 일이 있다. 선생은 "거기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오겠느냐"하시며 한마디로 뱉듯이 거절했던 것이다. 나야말로 신앙을 생명으로 생애를 바쳤던 선생에게 이렇게 실례했던 것을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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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믿은 분
- 1987. 4. 11. 1 주기 추도회 개회 인사 -     이 진 구
         

아직도 꽃샘추위로 쌀쌀한데 이렇게 옥외에서 모이게 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 마디 변명을 허락하신다면, 이 장소가 송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전도를 시작하실 때에 농촌 사람들에게 농사를 가르치고 지식을 가르치고, 신앙을 가르칠 목적으로 이곳에 포도원을 만들고 새로운 채소를 가꾸며 성서 집회를 시작한 유서 깊은 곳입니다. 생애를 교회 없이 사신 분이니, 푸른 하늘 아래 이렇게 모이는 것도 선생님 추도회에 어울리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고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4월 10일이 기일(忌日)인데 왜 11일에 추도회를 하느냐고 꾸중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제사를 지내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제사를 싫어하셨습니다. 이렇게 모이자는 뜻은 선생님의 참된 신앙을 되새기고 우리들의 신앙을 검토할 기회를 얻자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신앙은 우리가 보통 이해하고 있는 그런 것과는 달리, 참으로 단순하고 순수하게 그리스도의 말씀 그대로를 진실로 믿으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한두 가지 예만 들어 볼까 합니다.

예수께서는,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산상수훈 8복 중에서도 가장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지나가는 말씀 중에 나온 말씀도 아니고 농담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마태는 이것을 '마음이 가난한 자'라고 고쳐서 이해하기 좋도록 노력했습니다. 더구나 지금같이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자가 복이 있고, 부자라야 남에게 베풀 수도 있고 좋은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 "영생을 얻으려면 어찌 하면 되겠습니까?" 하고 물은 부자 청년에게 "너의 재물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라고 하시니 부자 청년은 쓸쓸히 돌아섰다고 합니다. 그러나 송 선생님께서는 그대로 사신 분입니다. 본시 가난한 집에 태어났으나 부잣집의 양자가 되었습니다. 상당한 재산이었던 모양인데 자신이 관리하기 시작하고 약 20 년에 다 없앴습니다. 물론 낭비한 것은 아닙니다. 농토는 소작인들에게 헐값으로 나누어 주고, 재산은 표 나게 쓴 곳은 없으나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괴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너나없이 살다 보니 빈손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후회하지도 않고 나머지 40 년은 만나로 사셨습니다. 가난했으나 비루하지 않고, 떳떳하고 자유롭게 사셨습니다. 생애를 재물에 지배되는 일 없이 재물을 무시하고 사셨습니다.

그리고 선생은 작은 일에 충성하라는 말씀에도 정말 충실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낮은 자리에 서라는 말씀에도 충실한 것 같습니다. 공적 모임에서도, 선생이면서도 청소를 하고 신발을 정리하고, 집에서도 심부름 하는 아이가 있지만 청소하고, 심지어는 요강까지 부시곤 했습니다. 한때는 공중 변소의 청소에 열중하기도 했습니다. 남이 싫어하는 일은 골라서 했습니다.

전도에 있어서도 병자, 심지어는 나환자와 식사를 같이 하고, 전과자 소년들을 데려다 집에서 한 가족같이 지내고, 거리에 쓰러져 죽어 가는 거지를 업어다 간호하는 등 세상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친구로 삼았습니다.

남에게 욕을 먹고 무시당하는 일이 있어도 꾹 참았습니다. 진정 죄인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오히려 곁에 있던 사람들이 화를 내고 분통을 터뜨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꾹 참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나는 죄인이오. 조인의 괴수요." 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죄인의 괴수라는 자각 속에 겸손히 사신 듯했습니다.

그리스도는 비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살았고, 천민들과 친구가 되어 보잘것업는 생애를 보내고, 처참하게 죄인의 누명을 쓰고 십자가에 돌아가셨습니다. 송 선생의 생애에서도 그리스도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우리들의 이런 모임이 예언자의 묘를 꾸미고 선지자의 비석을 세우는 일이 되지 말기를 바라며 개회 인사를 대신합니다.
('성서신애'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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