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용신앙문집. 제1권. 송두용신앙문집간행회. 노평구 유희세 송문호 송석중 이진구. 제 9 부. 성서신애(聖書信愛) II. 1973년 10월부터 1981년 12월까지. 주필(主筆) : 송두용(宋斗用). 성서신애사.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 누구든지 성서를 읽게 마련이다. 마치 사람이 살려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밥은 육식의 생명의 양식이니, 이것을 먹어야 피와 살과 뼈가 자라며 튼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성서는 믿는 자의 영혼의 양식이다. 성서를 읽어야만 영이, 지혜와 총명이 밝아지며 튼튼하게 자라기도 하거니와 길이길이 보존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밥은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때를 맞추어 먹어야 할 뿐더러, 꼭꼭 씹어서 먹어야만 맛도 나거니와 소화가 잘 되어 비로소 몸에 유익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해가 되는 법이다. 그러기에 먹어서 유익되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소화불량증을 일으켜 사람 앞에서 꺽꺽 하면서 트림이나 하든지, 아니면 항상 속이 불편하여 상을 찡그리며, 따라서 언제든지 쾌활하지 못하고 우울증이 생겨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하게 하는 일이 많다.
이와 같이 성서도 읽기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렇게나 읽어버리면 도리어 해가 되는 일이 많다. 급히 날뛰지 말고 천천히 차근차근 의미를 생각하면서, 혹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또는 선배에게 묻기도 하고, 때로는 성서(聖書)사전도 찾아보고 주석책도 참고하여 열심과 정성을 들여 읽고 또 읽어야 된다. 성서는 결코 하루나 이틀에 읽는 것도 아니요, 읽을 수 있는 책도 결코 아니다. 그야말로 일생을 두고 읽으며 또 연구해야만 되는 책이다. 얼마나 소중한 책인가는 읽으면 읽을수록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믿는다 하면 벌써 말끝마다 성구(聖句)를 인용하거나 또는 함부로 성구를 써서 붙이는가 하면, 얼마 가지 않아 벌써 물려서 성서라면 진저리를 치거나 아니면 성서학자나 된 듯이 자기만이 성서를 아는 것처럼 날뛰는 모양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나만이 천국백성이 된 것처럼, 더구나 하나님의 아들 딸인 양 활개를 치면서 으스대는 모양은 도무지 보기에도 거북하기 짝이 없다. 더 나아가서는 천국을 독차지한 것처럼 안하무인격(眼下無人格)으로 날뛰다가 결국은 예수님까지 업신여기는 정도가 아니고 시기하고 핍박(逼迫)하며 배척하여 십자가에 못박히는 바리새인이 되고 말지 않을까 ?
그런데 "네가 바로 그 사람이 아니냐 ?"고 주님은 말씀하시는 듯하여서 얼마나 두려운지 ? "오 ! 주여, 여기에 참죄인이 있사오니 용납하시고 받으소서." 하고 비는 마음 간절한 요즈음의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