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용신앙문집. 제1권. 송두용신앙문집간행회. 노평구 유희세 송문호 송석중 이진구. 제 9 부. 성서신애(聖書信愛) II. 1973년 10월부터 1981년 12월까지. 주필(主筆) : 송두용(宋斗用). 성서신애사.
올해도 벌써 2월이 되었다. 나는 몇해 동안 2월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작년부터 또다시 2월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까닭은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이유가 없을 리는 없지만 말이다. 폐일언하고, 2월은 권정님의 달이다. 그가 17일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겨우 39세의 젊은 나이였다. 그런데 나는 그와 혈육관계는 전혀 없다. 한 고향 사람도 아니다. 물론 동성(同姓)도 동성(同性)도 아니다. 나이가 같거나 동창관계도 아니다. 더구나 내가 그를 반기거나 좋아한 일도 없다. 다만 그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아무 이유도 없이 자기도 모르게 무척 기쁘고 반가웠다고 한다. 실은 그가 어느 날 주문진 바닷가의 산기슭에서 평소의 소원인 하나님을 만나고자 간절히 기도할 때에 문득 "하나님은 권능이시다."라는 음성이 들리면서 그 권능은 사랑으로 나타난다고 생각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때에 갑자기 무한한 통쾌감을 느꼈는데, 나를 대할 때에 그 생각이 솟아나면서 심히 기쁘고 반가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를 만나도 그런 말을 들어도 그저 담담하였다. 그 후 깊이 사귀며 매우 친근하게 되었는데도 나는 한결같이 담담하기만 하였다. 그러면서도 함편 나도 그가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럽고 마음 든든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그가 떠난 지도 어느덧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내 곁에서 떠나지 않으니 무슨 까닭일까 ?
그렇다, 그와 나의 관계는 결코 육의 관계가 아니고 영으로 맺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나를 참으로 믿었다. 그러니 나도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거듭 말하거니와 그와 나와의 관계는 오직 그가 나를 이유없이 믿으니 나도 또한 아무 조건 없이 그를 믿은 것이다. 나는 그가 왜 나를 그렇게 믿었는가 그 까닭을 지금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 그에게서 배운 것은, 참믿음은 그가 나를 믿은 것같이 그렇게 단순하고 순수하며 이유나 조건을 따지거나 가릴 것 없이 믿기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남긴 유일의 유산(遺産), 유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가지 보다 중요한 핵심적인 것은, 사람이 사람을 믿은 것이 결단코 아니고 다만 절대자인 하나님을, 예수님 믿은 그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피차가 서로를 믿어야 한다는 그 사실 하나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마음씨였다고 나는 확실히 말해 둔다.
('78. 2. 신애. 통권 2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