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용신앙문집. 제1권. 송두용신앙문집간행회. 노평구 유희세 송문호 송석중 이진구. 제 9 부. 성서신애(聖書信愛) II. 1973년 10월부터 1981년 12월까지. 주필(主筆) : 송두용(宋斗用). 성서신애사.
벌써 한해가 저물어간다. 오늘은 12월 6일, 때는 5시, 5시라면 이른가 늦은가 아니면 적당한가 ? 각자의 형평과 사정, 환경과 처지, 사상과 인격 등에 따라 각양각색이며 천태만상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사람의 인생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결정될 것이 사실일 것이다.
나는 어려서 어머니께서 불교 신자이시므로 항상 일찍 기침하시기에 나도 이유없이 자연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는지 도무지 늦잠은 질색이다. 그런데 22살 때에 뜻밖에 예수를 믿게 된 나는 지금까지의 막연한 태도와는 달리 이제 뚜렷한 인생관이 확립되면서 70이 넘은 지도 4년째 맞게 되는 현재도 늦어야 5시에 일어난다. 젊어서는 1시 2시에 깨어서 아무리 추운 겨울밤에도 냉수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4시서 5시 사이에 거의 기계적으로 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라. 자랑한다고 말이다. 아니면 무엇인가 ? 큰일이라도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니다. 나에게는 두가지의 장기(長技)가 있다. 첫째 둔한 것, 둘째 게으른 것, 그러니 어떠하랴 ? 제발 그 중에 한가지만 내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 아마 이 두가지만은 천하일품(天下一品)일 것 같으니 만일 경기나 전시(展示)가 있다면 자신만만 ? 그러니 매사에 '둥개'며 '만만디'일 뿐이다. 따라서 얼마나 무책임한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70을 넘었지만, 45세에 먼저 가신 후지이 선생, 김교신 형 같은 분들의 일분 일초의 여유도 없는 눈부신 살림을 생각하면 그저 멍하기만 하다.
그런데 벌써 이 해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닥쳐온다. 언제나 누구든지 그런 것처럼 이 때는 몹시 바쁘다. 그저 바쁘다. 그러나 말이다. 다행한 것은 나는 원체 둔하고 게으르니 날뛰어 보았자 별도리가 없으니 차라리 남들이 바쁘게 날뛰는 구경이나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 더구나 믿는다는 이들의 선물교환은 한층 더 분주하게 만드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독자들이여, 우리가 아무리 날뛰어 보아도 땅에 붙어 코로 숨쉬면서 살 수밖에 없는 생물(혹은 동물)에 지나지 못하는 존재다.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 오직 비탄과 공허뿐 ! 그야 예물교환도 축하파티도 좋겠지만, 설사 그런 것은 못할망정 차라리 우리는 "마음속에 성령으로 임하시는 우리 구주 예수님을 조용히 정성껏 모시자 !"라는 말이며, 이것이 나의 지금의 심정이다. 왜 내가 남의 기쁨과 즐거움과 만족을 방해하랴 ? 그러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라고 천군천사와 함께 노래부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눅 2 : 14-20)을 드리자는 말이다.
('76. 12. 신애. 통권 2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