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용신앙문집. 제1권. 송두용신앙문집간행회. 노평구 유희세 송문호 송석중 이진구. 제 9 부. 성서신애(聖書信愛) II. 1973년 10월부터 1981년 12월까지. 주필(主筆) : 송두용(宋斗用). 성서신애사.
때는 20세기의 말엽, 인류는 문명과 문화의 극치를 달리는 이 때에 새삼스럽게 술이나 담배의 해독을 말한다면 누구나 웃을 것이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어둠(그림자)도 짙게 마련이다. 종교와 도덕이 높아갈수록 그와는 정반대로 인간들은 무서운 악마의 유혹과 시험 속에서 흥망과 생사의 틈에 끼어 한없이 몸부림 침을 누가 부정하랴 ?
나는 모든 죄악의 근원의 하나인 술에 대하여 느낀 바 있어 펜을 들었다. 나는 농촌 가난한 집에서 7살에 서울로 양자 왔다. 그런데 그 때까지 아버지와 단 한분인 형님은 술 담배를 매우 좋아하시는 것을 보고 자랐다. 형님은 "들고는 못가도 마시고는 간다."는 말까지 들었는데, 예수를 믿으신 후로는 주초(酒草)를 깨끗이 끊었으니 얼마나 놀라운가 ?
나 자신은 어머니께서 엄하신 탓도 있었지만 22살에 믿기 시작한 때부터 아예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도 못할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금주단연(禁酒斷煙)으로 일생을 지낸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온통 선진후진, 남녀노소 구별없이 온 인류가 마시고 피우는 형편이니 가부(可否)를 말할 나위도 없지 않으냐고 항의할 자 있을지도 모르니 과연 안타깝구나.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더 마음을 가다듬어 참과 거짓, 선과 악, 옳고 그릇됨을 가려야 할 것 아니냐 ?
나는 어느 날 나의 자녀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에 흥겨웁게 마시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하였다. 그야 사람들은 술을 약주(藥酒)라면서 차라리 마시지 않으면 병신 취급하며, 믿는 자들도 아니, 교역자까지도 맥주는 소화제라면서 뻐젓이 마시는 판이니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니냐 ?
내가 살고 있는 섬에는 소주뿐인데, 하루에 몇 드럼씩 소비된다고 하니 너무도 기막히지 않은가 ? 술은 독주(毒酒)라기보다는 망주(亡酒)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신체의 장애, 경제의 파멸, 도덕의 타락 등등 어찌 그 독을 헤아릴 수 있으랴 ?
나는 물론 술과 담배를 반대하였지만 그보다도 더 급하고 귀중한 일이 많기에 나만이라도 금주단연을 실행하였으나, 아무리 소돔과 고모라 같은 세상이지만 그저 자녀들만이라도 하는 심정에서 펜을 든 것이다. 왜 내가 일찍이 금주운동에 힘쓰지 않았나 하고 후회하면서, 이제라도 "아, 마시지 말라. 보지도 말라."(찬송가 486장)고 외치면서, 언젠가 '외상망국'을 역설하였는데 이제는 '음주망국'을 힘껏 부르짖는다.
('76. 10. 신애. 통권 2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