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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3 04:42

10. 초불초[肖不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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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이 전] [다 음]


10. 초불초[肖不肖]

옛날 사람들은 그 스승을 사숙(私淑)하되 자주 꿈에 보기까지 하였고 만일 꿈에 그 스승을 보는 도수가 드물게만 되어도 이는 자기가 노쇠몽롱한 까닭이라고 해서 심히 통탄하여 마지 않았다. 학문과 덕행으로써 그 스승과 같이 되기를, 그 스승을 닮기를 원하기는 물론이어니와 될 수만 있으면 그 용모와 음성과 거동까지라도 그 스승을 본받으면 이로써 분에 넘치는 소원으로 알았었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은 그 스승만큼 크게 되면 족한 줄로 알았었다.

이제 현대인들을 살피건대 〈초(肖)〉자는 저들의 자전(字典)에서 도무지 삭제하여 버린 것 같다. 꿈에 그 스승을 사모하기는 고사하고 의식세계에서도 그 스승을 본받으려는 생각이 추호도 없을 뿐, 될 수만 있으면 저들의 교사와는 반대 방향을 본받으려는 것이 이즈음 사람의 일이요, 만일에라도 무의식 중에 그 스승의 것을 한가지라도 본받은 것이 있었다면 기어코 그것을 말소 세탁하여 버리지 않고는 안심치 못하는 듯하다. 그러므로 그릇되어서 남의 자녀를 가르치는 일을 담당하여 본 자는 오리알 깐 암탉의 비애를 느끼지 아니치 못한다.

제자가 스승을 닮고자 안하는 일은 오히려 용납할 수도 있는 일이다. 본래 오리알이었으니 오리가 제물로 갈 것은 차라리 당연한 일이다. 달걀이 오리알로 변화하는 일은 더욱 비참한 광경이니 그것은 근래의 자녀들이 그 부모에 대한 일이다. 옛날 사람들---이라기보다 우리들 시대까지도 자녀된 자의 제일 큰 자랑거리가 무엇인가? 그것은 그 부모의 어디인가 한 가지를 닮았다는 인식을 받을 때의 자랑이다. 이전 사람들의 아들들은 그눈썹이 관우(關羽)의 눈썹 같기를 요구하지 않았다. 오직 자기 아버지의 눈썹 같으면 만족이요, 자랑이었다. 옛날의 딸들은 그 입술이 양귀비(楊貴妃)의 입술 같기를 바라지 않았다. 다만 자기 어머니의 입술 같으면 만족이요 자랑이었다. 하물며 그 심정과 재조(才操)에 있어서야 더 말해 무엇하랴. 저들이 편지마다 〈불초 자식〉이라고 써 온것은 닮지 못한 부분에 대한 심통의 탄식이요, 닮고자 하는 용약의 몸부림이 글자 안에 들어차 있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자녀들은 어떠한가? 자기 아버지 얼굴보다도 러시아의 이마 벗어진 인물이 아니면 이태리의 맹견 같이 생긴 자의 초상을 좌우로 걸고 닮기를 노력하는 아들들이 어찌 그리 많으며, 자기 어머니가 황인종인데 불만하여 얼굴에 회칠하지 않고는 불안하며, 여우(女優)의 초상에 따라 유선형(流線型)의 눈썹을 그림으로써 그 어머니의 눈썹과는 판이하게 만들지 않고는 수치를 느끼는 딸들이 어찌 그리 많은가? 세상의 제자들은 스승을 본받지 말고, 자녀들은 부모를 닮지 말라. 우리는 옛 사람의 일원(一員)으로 사도 요한과 함께 원하노니,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 장래에 어떻게 될 것은 아직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나 오직 그가 나타나시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아는 것은 그 참 모양을 볼 것을 인함이니이다.」(요한 1서 3:2)라고. 부모를 닮으려고, 특히 영(靈)의 아버지를 닮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평생 사업일진저.

(193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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