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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3 04:40

6.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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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이 전] [다 음]


6. 헬렌 켈러

7월 13일 경성(京城) 부민관(府民館)에서 열린 헬렌 켈러 강연회에 참석하였다. 강연회라고 하나 사상의 발표라기보다 생후 19개월만에 맹·농·아(盲·聾·啞)의 3난(三難)에 일시에 걸린 인간이 어떻게 하여 보고, 듣고, 말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을 설명 실연(實演)하는 일이었다. 맹아교육(盲啞敎育)의 실제를 보고 또한 헬렌 켈러 전집(全集)에 의하여 그 생애의 고심(苦心)의 정도를 대강 살핀 자에게는 별로 신기한 감을 주기보다 도리어 범상(凡常)한 일, 당연한 일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 체격의 건실함, 표정의 명랑, 거조(擧措)의 경쾌(輕快), 혜지(慧智)의 광휘 등은 보는 자를 놀라게 하였다. 3중의 불구자로서 58년간 고투한 사람이라는 어둠에 묻힌 비애와 절망의 흔적은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능란한 지화(指話)와 완전에 가까운 발음, 비상히 발달한 촉각 등은 도리어 여사(女史)의 각고면려(刻苦勉勵)의 덕(德)과 교사 설리번 선생의 노심(勞心)의 공(功)을 무시케 하는 바 있으나 돌이켜 생각할수록 맹, 농, 아의 망주석(望柱石) 같은 헬렌 켈러도 저렇게 교육하며 수양할 수 있다 할진대 우리가 오늘까지 맡아 지도하던 학생에게 대한 단려 속단(短廬速斷)과 우리 자녀에게 대한 성의 없는 헛된 욕심과 우리 자신에 대한 초급한 비관을 모두 참회하지 아니치 못하다. 형제를 미련한 자라고 단언하는 자에게 중벌이 있으리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강하게 나를 심판하다. 오관이 구비한 인간을 둔해서 교육할 수 없다고 하는 교사와 오관이 구비하면서 소질(素質)을 운위하고 자포자기하는 자에게는 천벌이 내릴 것만 같다.

헬렌 켈러의 이번 세계 여행은 50년간 저를 교도하여 주고 작년에 별세한 은사 설리번 선생의 조합전(弔合戰)으로 출발한 것이라고 선생께 대하여 하늘에 닿을 은혜를 최대한도로 갚을 길은 오직 전세계의 불구자들의 행복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는 일인 줄로 알고 떠났다고. 그러므로 그녀[피녀:彼女]의 호소함에는 편언단구(片言單句)에도 항거할 수 없는 힘이 들어찼다. 「나의 유일한 소원은 세계 평화와 동포애」라 하며 「하나님이 나의 앞뒤에 계시니 내 두려울 것이 없고 또한 모든 일이 성의(聖意)대로 되어갑니다.」라고 신앙을 고백하는 그녀는 「나를 불구자로 가엾이 보는 이들이 많으나 실상 가엾은 것은 내가 아니요, 눈 뜨고도 바른 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하여 자신은 감사에 넘쳤다. 눈뜬 구건자(具健者)들을 향하여 「여러분의 눈에 광명을 주시고 여러분의 귀에 아름다운 소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데는 어둠과 무언(無言)의 길을 더듬고 있는 그들을 돕는 것이 더없는 고귀한 길입니다.」라고 설교한다.

그리스도의 생명에 사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그 영광을 위하여 불가결인 듯하다. 농아(聾啞)만 해도 불구요, 맹(盲)만 되어도 한탄할 터인데 그녀에게는 3중의 불구된 것이 더욱 영광의 재료인 듯하며 연약한 여성으로 태어났던 것도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에 무방할 뿐더러오히려 필요했던 것같이 보인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볼 때에 만사가 다 가(可)하다, 아멘이다, 할렐루야다.

(193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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