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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21:39

4. 담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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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담뱃대

진위(眞僞)를 보증하기까지는 어려우나 어렸을 때 들은 말이다. 아라사(편집자주=러시아) 사람들이 조선(朝鮮) 사람의 담뱃대[연죽:煙竹]를 해부하였더라는 것이다. 대체로 문명(文明)한 선진 제국민들은 무장한 군대가 앞선 뒤에 상인(商人)이 따라가거나 혹은 개개인이 피스톨, 그밖의 호신용 무기를 몸에 지니고라야 외국 영지(領地), 특히 시베리아 같은 황야에 들어설 것인데, 조선인만은 조직체의 무력적 원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몸에 아무런 보신용구도 가진 것이 없이 다만 담뱃대 하나씩만 들고 편편단신(片片單身)에 만주와 시베리아의 넓은 들을 횡행활보(橫行활步) 하니 짐작컨대 그 담뱃대 속에는 반드시 비상한 장치가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담뱃대로 사용하나 일단 완급(緩急)한 경우에는 그 대 속에서 5련발 혹은 10련발의 탄환도 튀어나올 수 있도록 되었기에 저 담뱃대 하나만 스틱처럼 흔들면서 송화강을 오르내리고 바이칼호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더라 한다. 서양 제품(製品)의 활동사진을 한 번이라도 본 일이 있는 사람은 아라사 사람들에게 이만한 상상력이 있는 것도 별로 기이한 일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저희들이 예리한 메스로써 담뱃대 하나를 해체(解體)하여 물뿌리, 대, 대꼭지의 세 부분을 세밀히 검토하여 보았다마는 예기하였던 발사장치는 기어이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악취 분분한 니코틴(댓진)만이 대 속에 차 있음을 발견하였을 때에 자못 실색(失色)하였더라고 하였다. 듣고 다시 생각하면 과연 백의인(白衣人)들의 신천적(信天的) 대담성도 놀랄 만한 것이 없지 아니함을 스스로 깨닫는다. 우리의 무심한 담뱃대는 오랫동안 아라사 사람들에게 한 가지 수수께끼가 되었다.
마는 수수께끼는 담뱃대에 한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친구 중에 의식을 위하여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위함이 아니므로 농촌에서 야학 혹은 강습회를 개최하는 이가 있다. 5,6명을 모아 시작한 것이 5,60명이 되고, 2,3백명 아동의 일단이 되며, 움집 같은 양조업자의 빈 방을 빌어 시작한 것이 2간, 3간도 좁아서 나중에는 시멘트 횟가루를 사용한 교사(校舍)를 건축하는 데까지 피땀의 공으로 성취하여 놓으면 그제야 세상이 주목하고 감독 관청이 간섭하기 시작한다. 기본 재산이 날 데 없는 것과 아동의 부담이 근소한 것이 명백한데 이만한 발전이 되어가는 것은 오직 그 교사의 열성에 기인하는 것이 분명하다. 경제적 조건이 부족하고 사회적 인식도 향기롭지 못한 일에 저와 같은 열성이 있음은 이는 필연코 무슨 주의(主義)를 선전하려는 자가 아니면 안 된다. 그렇다면 그 교사는 위험인물이다. 이처럼 하여 삼단론법으로 아라사 사람들의 연죽관(煙竹觀)이 곳곳에 횡행한다. 《성서조선(聖書朝鮮)》과 같이 주판이 맞지않는 사업을 경영함도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는 백의인의 담뱃대이다. 그러나 세밀히 해부한 결과 〈십자가를 우러러보는 죄인〉이라는 니코틴 신앙(神仰)밖에 그 속에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음을 볼 때에 아라사 사람들과 같이 저들도 실색대경(失色大驚)할 것이다.

(193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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