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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21:38

3. 《푸러리》의 비탄[悲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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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푸러리》의 비탄[悲嘆]

우리 〈푸러리〉가 분만(分娩)하기 벌써 다섯 배째인데 혹은 대여섯 마리, 혹은 십여 마리씩 한 배에 낳았어도 번번이 하나도 실수 없이 길렀었다(집에서 자랄 동안은). 그런데 이번 배에(지난 12월 19일 분만) 이르러서는 출산 후 며칠 못 되어서 하룻밤 동안에 네 마리가 죽었었다. 필경 마루 밑에서 탄산가스에 취했던 모양이어서 우리는 주인된 인간의 불민(不敏)과 불성(不誠)을 〈푸러리〉 앞에 깊이 사과하는 마음으로써 죽은 새끼를 처치하여 멀리 버렸다.
그러나 푸러리는 그 버린 시체를 다시 자기 자리에 물어다가 무수히 핥아주며 다듬어주며 굽어보며 앉았었다. 며칠 동안은 잘 먹지도 않고 짖지도 않으면서 슬퍼함에 주인의 통한이 또한 적지 않았다.
〈푸러리〉의 나머지 새끼 세 마리 중에 한 마리가 매우 약하더니 오늘(2월 15일) 드디어 운명하였다. 지난밤 동안은 어찌했는지 알 수 없으나 우리가 기상하여 주의해 보기 시작해서부터 〈푸러리〉는 먹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운명하여 가는 새끼의 침변(枕邊)을 지키고 앉았다. 때로 「네가 젖을 아끼고 자주 먹이지 않았기 때문에 네 새끼가 약해서 죽는다」고 책하면 회한하는 듯 그 눈이 흐려지군 하였다.
드디어 절명하였음에 오정도 지난 때에 하릴없이 그 시체를 멀리 내다 버렸더니 〈푸러리〉는 또다시 물어다 놓고 핥아준다. 〈푸러리〉에게도 육체의 부활을 믿는 신앙이 있다는 외에 이 사실을 무엇으로써 설명하랴.
황송하나 연상(聯想)에 오리기는 우리 선생님이 그 사랑하는 딸을 잃었을 때에 「다시 만날 때까지의 비(碑)」를 세웠고, 우리 선배가 그 애처(愛妻)의 화장한 유골을 종생토록 자기의 궤상(机上)에 안치하였던 일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일을 평하여 의지(意志)를 버티는 일이라 하며, 고집을 부리는 일이라 하였으나, 아, 만일 형체를 구비한 부활이 없다 할진대 가엾은 것은 기독교도뿐이라(고린도 전서 15:14). 이 생의 끝이 영구한 종점이라면 생의 허무에 누가 견딜소인가?
우리는 특히 〈애견가〉가 아니다. 세상에 널리 찾아 양종(良種)을 택한 것도 아닌데 어찌 〈푸러리〉같은 유덕(有德)한 개가 생겼던고. 우리 이웃에는 끼니마다 우육(牛肉)을 먹이며 날마다 무한한 노력으로써 훈련한 결과 영어 40조 마디를 해득하여 명하는 곡예를 연(演)하는 개가 있었으나 우리는 상(床)에서 떨어진 〈부스러기〉 외에 먹인 것이 없고 한 가지 곡예를 가르친 것도 없는데 겁나 하는 주인을 새벽 산길에 보호해 주며, 기도하는 동안 정숙(靜肅)으로써 시립(侍立)하며, 형체 구비한 부활신앙을 몸소 입증하여 주는 개가 생겼으니, 아, 얼마나 한 운복(運福)인고! 창조의 주 여호와께 찬송을 드릴진저. 감사를 드릴진저.

(194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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